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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디지털미디어디자인전공 졸업준비위원회 운영 후기

2024 디지털미디어디자인전공 졸업준비위원회 운영 후기

대한민국 대학의 디자인 관련 학과에서는 대부분 졸업을 준비할 때 졸업시험 대신 졸업작품으로 졸업요건을 대체합니다. 졸업작품을 만들어서 전시하기 위해서는 전시회를 운영하는 인력이 필요하고, 졸업을 준비하는 학생들 중 소수가 졸업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전시회의 기획과 운영을 담당합니다. 제가 다니는 동서대학교의 디지털미디어디자인전공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2024 동서대학교 디지털미디어디자인전공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의 부위원장으로서 제가 맡았던 업무를 소개하고, 겪은 시행착오와 업무를 수행한 소감을 다룹니다.

부위원장을 맡아버렸습니다

졸준위에 참여한 이유는 회비 면제 같은 금전적 혜택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전시 공간 중에서 원하는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는 혜택이 전시를 준비하는 학생으로서 가장 와닿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와 친한 친구들도 자리 선점 혜택이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와 제 친구들은 졸준위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인수인계 당시 적었던 회의록 인수인계 당시 적었던 회의록. 이것 저것 물어본 것이 많았습니다

2024년 1월 초, 2023 졸준위 선배의 주도로 졸준위 인수인계를 받았습니다. 이전 졸준위 선배들이 쌓아 올린 여러 자료와 노하우를 얻은 중요한 절차였습니다.

인수인계 이후 첫 회의 때 각자 맡을 역할을 정했습니다. 저희 전공의 졸준위 역할은 이렇게 나뉩니다.

  • 위원장, 부위원장: 회의 소집/주재, 행사 총괄 등 졸준위의 전반적인 운영 담당
  • 총무: 졸준위의 회계 처리 담당
  • 콘텐츠팀: 포스터, 도록, 영상 등 졸업전시회의 디자인 리소스 기획/제작 담당
  • 전시기획팀: 프로필 촬영, 부스 배치, 장비 조달 등 졸업전시회 기획/준비 담당

저는 디자인 작업을 좋아하고 잘 할 자신이 있기 때문에 전시회에 필요한 여러 디자인 리소스를 제작하는 콘텐츠팀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위원장을 맡게 될 위기에 처해서(?) “위원장 말고 부위원장 정도면 할 의향이 있다”라고 말해버렸고 투표를 거쳐 진짜로 부위원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살면서 단체를 운영한 일을 한 경험이 없다 보니 운영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 때문에 책임을 지고 맡기로 했습니다.

졸준위 활동의 첫 삽을 뜨며 한 일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위원들이 활동하기 편하도록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는 일을 할 때 체계를 구조화하고 관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제가 주도하여 졸준위 체계 구축을 했습니다.

졸준위 활동 기록을 공유하는 노션 페이지 위원 목록과 연락처, 졸준위의 일정, 회의록, 회비 사용 내역을 졸업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공유할 목적으로 노션 페이지를 구축했습니다. 학생들에게 공유할 때는 Super라는 서드파티 서비스를 이용해 더 깔끔한 URL과 레이아웃으로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실제로 학생들이 이 노션 페이지를 자주 봤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활동한 기록을 공유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졸준위 운영사항 발표를 할 때마다 언급을 했었습니다. 위원들이 일정과 회의록을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도록 위원들을 노션 워크스페이스의 멤버로 넣으려고 했지만 교육 플러스 요금제를 사용해도 멤버를 추가하는 데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게스트로 넣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피그마 팀 프로젝트 위원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디자인 리소스를 제작할 목적으로 피그마 팀을 구축했습니다. 주로 공지 이미지와 발표 자료를 만들 때 활용을 했는데 피그마는 협업 시스템이 잘 짜인 툴이라서 졸준위 활동을 할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교육 요금제를 이용한 팀을 만들려면 멤버 모두가 교육 요금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저는 다소 번거롭다고 생각해서 그냥 무료 요금제 팀을 만들었고 실제로 활동하는 데 아주 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미로 보드 디자인 아이디어를 공유할 목적으로 미로 보드를 구축했습니다. 졸준위 활동 초창기에 많이 사용했는데 피그마와 용도가 겹쳐서 졸준위 활동 후기 들어서는 잘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한 미로는 학생 요금제라도 멤버 추가 한도에 제한이 있어서 익명 접속이 가능한 공개 상태에 비밀번호를 걸어 보드를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피그마의 하위 호환 툴 같은 느낌입니다.

졸준위 공용 구글 계정의 드라이브 화면 위원들과 함께 사용할 목적으로 졸준위 공용 구글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메일을 통해 학생들로부터 파일을 받기도 하고, 설문지를 만들어 공유하는 용도로도 사용했습니다.

발표 자료 제작

졸준위 운영사항 발표자료 졸준위 운영사항을 학생들에게 알리고자 진행한 졸준위 운영사항 발표의 PPT 레이아웃 제작, 공통 내용 제작을 제가 담당했습니다. 피그마를 이용해 만들었는데, 위원장과 내용 피드백을 하는 것도 수월했고 각 팀에서 위원들이 내용을 추가하고 수정하는 것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PPT 협업을 할 때도 피그마가 굉장히 편하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느꼈습니다.

PPT 가이드라인 졸업작품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교수님께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심사에 필요한 발표 자료 제작을 용이하게 하고자 PPT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포했습니다. 가이드라인 역시 피그마를 베이스로 하고, 피그마를 쓰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로도 똑같이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일러스트레이터가 최적화가 잘 안되어 있는지 사용할 때 랙이 엄청나게 많이 걸리더라고요. 아차 싶었지만 이미 배포한 지 오래되었고 해결 방안도 찾지 못해 그냥 놔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사 시간표 구성

심사 시간표 졸업작품 심사는 아침부터 저녁이 되기 직전까지 진행합니다. 이 오랜 시간 동안 모든 학생들을 붙잡아 둘 수도 없고, 다른 수업이나 아르바이트 등 개인 일정이 끼어 있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심사 시간표를 구성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우선 졸업작품의 유형, 제목, 설명, 개인 일정 여부를 묻는 설문지를 제작하여 학생들에게 공유하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개인 일정이 있는 학생들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을 랜덤 배치한 다음, 제외했던 학생들을 일정에 맞게 넣어 최대한 쉬운 방법으로 구성했습니다. 이렇게 구성해서 임의로 확정을 지으면 안 되고 문제가 없는지 학생들에게 반드시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2024년에는 심사를 총 세 번 진행했기 때문에 같은 절차를 세 번 반복했습니다. 제한된 발표 시간을 고려해서 시간표를 구성하는 것이 아주 쉽지는 않았는데, 글을 쓰며 다시 확인해 보니 2023년에는 한 번 심사를 할 때 이틀씩 나누어서 진행을 했었더라고요. 저희도 심사를 한 번 할 때 이틀씩 나누어서 진행을 했다면 시간표 구성이 조금 더 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파일 취합의 무한 굴레

학생들의 피와 땀이 섞인 발표자료 학생들의 피와 땀이 섞인 발표자료

심사 발표 자료 파일, 도록 파일과 같이 학생들이 제출하는 파일을 모아서 정리하는 일이 정말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심사 발표 자료 파일을 취합할 때는 학생들이 보낸 PDF 파일과 영상 파일을 하나하나 받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 다음, 심사할 때 PDF 파일을 일일이 열기에는 심사 일정에 지장이 생기므로 한 파일로 합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모두가 마감 기한을 준수해서 완벽하게 제출하면 정말 좋겠지만 현실은 저의 바람대로 흐르지 않았습니다. 마감 기한을 지나서 제출하는 경우도 많았고, 파일 내용에 문제가 있어 수정해서 제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졸업을 준비하는 인원이 70명 가량으로 많은 편인데 시간 여유는 없었기 때문에 밤새 확인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기도 했고, 앞서 설명한 경우가 생겼을 때 애써 합쳐두었던 파일을 파기하고 다시 합쳐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지각 제출을 칼같이 받지 않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학생들을 졸업시키고자 하는 교수님들의 입장을 고려해서 최대한 받아보려 노력했습니다.

그 사이 나의 졸업작품은

아무리 급해도 그래프는 깎아야 합니다 아무리 급해도 그래프는 깎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점은 졸준위를 운영함과 동시에 제 졸업작품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운영에 문제 되는 일이 최대한 없도록 졸준위 일에 시간을 쏟다 보니 정작 제 졸업작품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었고, 졸업전시회 한 달 전부터는 졸업작품을 제가 의도한 대로 완성할 수 있을지 불안함을 다소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전시회를 열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마음을 다잡고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결국 전시회 오프닝 직전까지 졸업작품 작업을 놓지 못했고 퀄리티에 타협을 봐야 했습니다.

전시회 기간동안 한 일

드디어 다가온 10월, 전시회 준비 기간과 철거 기간에는 전시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현수막 설치, 대여 물품 전달, 전선 작업, 청소 등 크고 작은 일을 도우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보다는 다른 졸준위원들이 큼직한 일을 하며 정말 열심히 뛰어주었습니다.

미디어 아트 갤러리의 구조. 3면의 벽에 프로젝션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미디어 아트 갤러리의 구조. 3면의 벽에 프로젝션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졸업전시회 오프닝 때는 학교 디자인홀 건물 1층에 있는 몰입형 미디어 전시 공간인 미디어 아트 갤러리의 제어를 담당했습니다. 졸준위원 중에서 미디어 아트 갤러리의 시스템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저와 제 친구 한 명뿐이었고, 그마저도 그 친구는 오프닝의 사회를 맡은 관계로 제가 식순에 맞춰 갤러리 제어를 하기로 했습니다. 갤러리 내에서 졸준위 단체 인사를 한 다음, 서버실에 들어가 사회의 멘트에 맞추어 대기 이미지를 오프닝 영상으로 교체하여 재생하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역할이었는데, 리허설을 할 때는 서버실의 문을 열어두어서 사회의 목소리가 잘 들렸기 때문에 괜찮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실전 때 서버실의 문을 닫으니 사회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재생하는 타이밍을 잘 못 맞췄던 것 같습니다.

다사다난했지만 그래도 전시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다사다난했지만 그래도 전시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전시회 기간에는 제 부스에 방문해 주신 분들께 작품 설명을 드리기도 했고, 졸준위원과 자원해 주신 몇몇 학생과 함께 전시회 도우미 업무를 하기도 했습니다. 전시회 도우미 인력이 부족해서 걱정했는데 자원해 주신 학생들 덕분에 인력 충원이 되어 굉장히 고마웠습니다.

찍었던 수많은 마감샷 중 하나. 고생 많았어요! 찍었던 수많은 마감샷 중 하나. 고생 많았어요!

도록 작업

도록의 제 작품 페이지 다행히 도록은 깔끔하게 잘 나왔습니다

업무 가중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목적도 있고, 전시회 이후 일정이 여유롭다는 점을 고려하여 저희는 전시회를 마친 다음에 도록을 제작했습니다. 도록의 작품 파트 레이아웃은 작년 선배들이 잡아둔 것이 깔끔해서 이것을 적당히 재활용하기로 했고, 나머지 페이지의 레이아웃은 저희가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쉬울 줄 알았지만 수많은 학생들이 제출한 레이아웃 파일을 하나하나 검수하며 수정하는 것을 졸준위원들끼리 나누어 했는데도 어려웠고, 검수 과정에서 한 번만 해도 됐을 작업을 여러 차례 나눠서 하는 삽질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여러 번 검수한 파일을 최종적으로 검수하고 레이아웃을 다듬어서 하나의 PDF 파일로 묶는 작업을 제가 추가로 진행했습니다. 이번에도 작년에 맡긴 인쇄 업체와 함께했기 때문에 인쇄할 때 큰 문제는 없었고 결과물도 괜찮았습니다.

전시회 이후에는

졸준위의 피와 땀이 섞인 자료 졸준위의 피와 땀이 섞인 자료

졸준위를 하게 될 후배들을 위해 그동안 졸준위 활동을 하며 만든 파일들을 정리할 때가 왔습니다. 애초에 졸준위 공용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구축해서 그 안에서만 작업했다면 파일 공유와 정리 모두 수월했을 텐데 저희는 작업할 때 그러지를 못해서 팀별로 파일이 이곳저곳 흩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소 오래 걸리긴 했지만 구글 드라이브를 이용해 최신화된 파일을 모아 정리하고 꼭 필요한 파일들만 남겨서 후배들이 나중에 헷갈리지 않게 했습니다. 또한 인수인계할 때 후배들에게 설명을 하기 위해 활동할 때 도움이 되는 내용을 각 팀에서 문서화하였습니다. 저와 위원장은 졸준위 전체 유의사항, 위원장 유의사항을 작성했습니다.

아- 아- 오디오 체크. 아쉽게도 XLR 케이블이 망가져서 오디오 출력이 멀쩡하지 않았습니다 아- 아- 오디오 체크. 아쉽게도 XLR 케이블이 망가져서 오디오 출력이 멀쩡하지 않았습니다

연말에는 교수님의 제안으로 졸준위원 중에서 시간이 나는 인원을 모아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저는 인터뷰 참여, 영상 촬영, 편집 역할을 맡았습니다. 항상 카메라 앞에 서면 어색하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지만 어떻게든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숏폼 영상 특성상 러닝타임이 길면 지루하고 모두 하는 말이 비슷했기 때문에 편집할 때는 위원들이 하는 말을 부분부분 잘라서 하나의 문장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활동을 마치며

1년 동안 누구보다 수고 많았던 우리 졸준위 1년 동안 누구보다 수고 많았던 우리 졸준위

선배들에게 인수인계를 받으며 출발했던 2024 졸업준비위원회는 어느덧 활동을 마치고 후배들에게 인수인계하는 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운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약 1년 동안 활동하며 느꼈습니다. 처음 하는 일이라 효율적인 길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았지만 그만큼 모두가 최선을 다하여 뛴 덕분에 커다란 잡음 없이 활동을 마칠 수 있었고, 쌓아 올린 노하우는 사회에 나가 일을 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활동에 헌신한 11명의 졸업준비위원들과, 서투른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응원해 주신 54명의 2024 디지털미디어디자인전공 4학년 학생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